4·19에 떠나는 북한산 순례길 탐방 ,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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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에 떠나는 북한산 순례길 탐방


오늘은 4월 19일이다. 반 세기 전 오늘,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는 목소리가 전국을 가득 메웠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민주주의를 열망한 그 날, 바로 4·19 혁명 기념일이다. 이 날을 기억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조용히 민주 열사의 이름을 되뇌어 보거나, 교양 근현대사 책을 한 장씩 들추어 볼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 양, 평온한 일상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런 날도 아닌 듯’ 그냥 넘어가지는 말자. 우리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우연으로, 앞선 날들이 하필 독재의 시절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열사들은 거리로 나가 민주주의를 외쳐야 했다. 때마침 그분들을 가까이 뵐 수 있는 순례길이 있다. 바로 북한산 순례길이다.

                    
                

북한산 순례길, 어떻게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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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은 북한산 둘레길 2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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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로 조성된 길을 따라 순례길을 걸을 수 있다.

북한한 순례길은 총연장 71.5km에 이르는 북한산 둘레길의 일부 구간이다. 21개의 세부 구간 중 순례길은 그 중 ‘2구간’에 속한다. 순례길 도보를 시작하려면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덕성여대 입구 정류장에 하차해 길 건너편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솔밭근린공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순례길이다. 순례길을 걷기 전 주의 사항 하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들까부는 따위의 행동을 삼가자. 그 이유는 지금부터 소개한다.
 
솔밭근린공원에서 시작하는 순례길은 여러 곳의 쉼터와 전망대를 지나 이준 열사 묘역 입구로 향하게 된다. 이준 열사라는 이름이 왠지 귀에 익지 않은가? 만약 생소하다면 헤이그 특사는 어떤가? 이준 열사는 고종 재위 시절 헤이그 밀사로 특파돼 조선 독립의 타당성을 역설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자결한 독립운동가다. 그런 그가 이곳 순례길에 잠들어있다.
 
하지만 쓸쓸하거나 적막하지만은 않다. 걷다보면 아파트 숲이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국립 4.19민주묘지도 보인다. 해마다 4월이면 이곳을 조문하는 참배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국립 4.19민주묘지에 묻힌 순국 열사들과 구한말 이준 열사는 물론 동시대인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시대적 간극을 뛰어넘는 공통점이 있다면 한 가지, 애국심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순례길 도보를 시작해보자.

 

‘열사여, 편히 잠드소서…’ 4.19 민주 묘지를 바라보며

북한산 순례길을 걷다보면 국립 4.19민주 묘지를 볼 수 있다.

순례길 초입을 지나서 걷다보면 국립 4.19 민주묘지가 길 오른편으로 바라다 보인다. 앞서 설명했듯, 이곳에는 4.19 민주혁명 당시 희생된 민주열사들이 잠든 곳이다. 부정선가와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맨몸으로 무력에 맞선 열사들의 묘소다. 묘역 부지에 높고 커다랗게 솟은 탑은 4월 학생혁명기념탑이다. 혁명 당시 전국에는 대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의 숭고한 애국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 바로 이 탑이다.
 
4.19혁명이 일어난 55년 전 오늘, 전국은 몹시 혼돈스러웠다. 거리는 매우 삼엄했다. 수십 년이라는 세월의 페이지가 넘어간 지금, 이곳에 묻힌 열사들의 묘소는 너무나 고요하고, 순례길에는 진달래가 처연히 피었다. 이 길을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없는 이유다.

 

섶다리 건너 만나는 애국지사의 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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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걷다보면 여러 애국열사의 묘소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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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구간에 있는 보광사 대웅전을 둘러봐도 좋다.

순례길에는 계단이 많다. 북한산 둘레길 중 난이도 ‘하’ 구간으로 분류되긴 하나, 기본 체력은 필요한 곳이다. 만약 뜻하지 않게 마주치는 계단들 때문에 순례길 도보를 그만두고 싶다면, 조금 참아보자. 이내 멋들어진 전통 다리, 섶다리를 마주하게 되니 말이다. 섶다리는 섶나무를 엮어서 놓은 다리다. 아직도 두메 산골에 가면 얕은 개천 위에 굳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섶다리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북한산 중턱에서 섶다리를 마주친다면, 기꺼이 감동할 것이다. 마침 옆으로 개울이 흘러 운치를 더한다.
 
섶다리를 지나 걷다 보면 여러 애국선열들의 묘를 마주하게 된다. 그 중 한 예로 강재 신숙 선생의 묘소를 들 수 있다. 강재는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교정하고 인쇄, 배포를 담당한 독립운동가이다. 독립운동단체인 대동단 소속으로 활동했고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데 역시 관여했다.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을 꾀하던 1930년엔 한국독립당을 결성하고 한국독립군 참모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순례길에는 신숙 선생같은 애국선열들의 묘가 곳곳에 섬처럼 안치돼 있다. 만약 누구의 묘인지 설명하는 안내판이 없었다면 누구라도 무심코 지나칠 만큼, 규모가 고만고만하고 단촐하다. 이런 도보자들의 마음을 미리 읽었음일까? 걷다 보면 1930~40년대 독립운동의 현황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말살정책, 병참기지화, 임시정부와 같은 단어가 언뜻 눈에 들어오면, 읽는 이의 마음은 이내 숙연해진다. 
 

보광사를 지나 이준 열사를 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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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순례길 도보자를 진달래가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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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현재, 순례길의 개나리에 초록 잎이 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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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애국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싶다면 북한산 순례길을 걸어보자.

순례길 도보를 시작해 목이 마를 때 쯤이면 보광사에 닿는다. 보광사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이 있다. 자비로 중생을 괴로움에서 구제하는 관세음보살, 그리고 미륵불이 출현하는 그 날 까지 중생을 교화, 구제한다는 지장보살. 보광사에 들렀다면 눈길을 줄 만한 불상이다.
 
여기서 조금 더 걸으면 앞서 언급한 이준 열사의 묘역이 나온다. 이준 열사는 만리타국인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순국해 헤이그 공동묘지에 임시 안장됐다. 정부는 그 유해를 55년 만인 1963년 한국으로 모셔와 국민장을 치르고, 마침내 이곳 수유리에 안장했다. 4.19 민주 묘지, 신숙 선생, 그리고 이준 열사…. 순례길을 걸으며 이들의 묘역을 마주하거든 조용히 눈 감고 묵념하자. 그들은 ‘나’보다 ‘나라’가 먼저였던 애국선열들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들로부터 애국심과 이타심, 숭고한 희생 정신을 배워야 마땅하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기심, 무관심에 마음이 다쳤다면, 북한산 순례길을 거닐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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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1년 04월 1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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